2024. 11. 27. 09:27ㆍ안산신문
송년회
12월이 되면 송년회가 잇달아 열린다. 특히 안산은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많이 있기 때문에 송년회 참석으로 12월 한달이 금새 지나간다. 그런데 송년회는 정말 말그대로 송년회를 맞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연말만 다가오면 송년회는 매주 2~3회 꼴로 열린다. 가족 송년회, 학교 송년회, 사회모임 송년회, 나아가 띠동갑 송년회, 아니면 향우회 송년회, 하물며 동네 마을 송년회까지 열린다. 안산의 경우 고향을 떠나 안산에 정착한 시민들이 대다수라 같은 동네 송년회가 많다.
송년회는 말 그대로 매년 마지막 달인 12월에 주로 열리며, 한 해를 뒤돌아보며 사람들 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송년회 또는 망년회란 말은 일본어투의 단어이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 송년 모임, 망년 모임으로 순화했다고는 하지만 망년회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대부분 송년회라고 말을 한다.
문제는 송년회 모임에는 술이 기본적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 송년회가 많은 12월이 되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쩔어 심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송년회 부담’이 심하다. 과거 아는 지인은 송년회가 많은 12월이 되면 건강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병원에 입원한다거나, 약을 먹고 있다는 이런 저런 핑계로 수많은 송년회를 가려서 참석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송년회는 술보다는 게임이나, 놀이 등으로 대신한다. 어떻게 보면 송년회 문화가 젊은 세대들로 인해 건전하게 변하고 있다는 부분이 있어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송년회 문화는 술이 없어서는 안된다. 음식과 술은 기본이고, 여기에 조미료 같이 노래가 있는 여흥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평소 술을 못 마셔도 송년모임에서는 으레 한두 잔은 마셔야하고, 또 잘 부르든 못 부르든 한 두 곡 정도의 노래도 필수이다. 이는 예부터 가무(歌舞)를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기질에서 연유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12월이 가면 올해가 간다고 하는데, 새해라고 해서 오늘과는 다른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가는 세월이 아쉬워, 아니 한 살 더 늘어가는 나이가 왠지 반갑지 않아 송년회로 보상받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술과 함께 하는 송년회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무슨 모임에서든 술은 빠지지 않겠지만, 술에 중심을 맞춘 송년회 보다, 모임의 취지에 따라 다른 부분에 송년회 중심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하는 송년회 맞이 운동이나 놀이문화는 어떻게 보면 기성인들이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문화를 공유하는 송년회, 운동을 통한 송년회, 술은 그런 모임에 조미료 같은 역할만 할 수 있는 송년회라면 12월의 ‘송년회 부담’은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아가 송년회는 지나온 한 해를 반추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바쁜 일상으로 자칫 잊을 수 있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아니면 좀 더 낭만적으로 송년회를 한다면 음악이 흐르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와인과 함께 시나 수필을 낭독하며 그 문학적 감동에 가슴 뛰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땐 못 먹는 술이라도 내가 먼저 권할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는 우리의 마음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우리의 생각을 더 깊게 하는 송년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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