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8. 09:17ㆍ안산신문
건전한 보수와 진보
박현석 <편집국장>
안산은 참 이상한 동네다. 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민선시장이 단 한 번도 연임을 한 적이 없는 도시다.
당시 야권이었던 민주당 소속의 송진섭 초대 민선시장 이후 새정치국민회의 박성규 시장, 그리고 다시 정당을 한나라당으로 옮긴 송진섭 시장이 3대 민선시장으로 유일하게 재신임 됐으나 다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박주원 시장이 4대 민선시장으로 당선돼 연임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5대는 천안함 폭침으로 보수정당이 유리한 예상이 있었으나 김철민 민주당 후보가 5대 민선시장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그리고 6대도 세월호 참사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 가운데 시장후보가 제종길 전 국회의원으로 결정되면서 6대 민선시장에 당선됐다.
안산의 민선 시장은 결국 연임되는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시장이 바뀌면 항상 정책이 바뀌고 정당까지 바뀐 시장이 나오면 정책 자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에 공직에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소위 줄을 잘서는 사람이 승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불문율이 공식처럼 돼있다.
나아가 지연을 따지게 되고 학연도 모자라 혈연까지 도움을 받아 승진하는 경우가 공직사회에 만연돼 있다.
대다수 묵묵히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사기를 저하시키는 학연, 혈연, 지연이 여전히 지역 공직사회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4년마다 돌아오는 시장선거에 얽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탓하기 보다는 한 도시의 시장이라면 그런 인식을 최소화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처럼 수준 낮은 정치적 상황을 굳이 안산에서까지 더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도시의 시장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균형을 잡고 정책경쟁에 나서야 한다. 건전한 보수와 진보는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처럼 없어서는 안 될 보완 기제라고 말은 하면서도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뿌리를 내리기엔 매우 척박한 풍토를 만들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논쟁만 일삼을 뿐 토론이 없기 때문이다. 논쟁이 칼싸움이라면 토론은 서로 다름을 보듬어 안는 포용과 이해의 행위다.
보수는 어느 듯 ‘수구꼴통’으로 덧칠되어 그 목소리에 힘이 없고, 진보는 ‘종북좌빨’의 프레임에 갇혀서 그 맑은 바람이 시끄러운 잡소리로 각인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산업을 일구어 나가는 참신한 아웃라이어의 참신함은 아웃사이더의 백일몽으로 낙인찍혀 창조적 발상을 토로하는 순간 존재 자체가 물거품으로 꺼진다.
오죽했으면 에디슨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전파상 주인이 됐을 것이고 아이슈타인은 고액 과외 보따리를 들고 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자조적 비아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말이다.
우수한 대학을 나와도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인사들이 즐비하게 언론을 도배하는 현실과 교육풍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출세와 성공과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방법과 사유체계를 재점검하여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갈라진 감정을 통합하려는 해법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포용적 리더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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