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0. 09:36ㆍ안산신문
포용 리더십 절실한 체육회
박현석<편집국장>
“지금까지 체육회를 위해 수십년간 지원한 체육발전기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적어도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인정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나중에라도 다시 체육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게 뭡니까? 너희들은 이제 필요 없으니 단배식 행사에도 참석할 필요도 없다는 건지, 그동안 우리가 필요해서 체육회 이사로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매년 체육회 단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다가 아닌듯한 한 체육회 이사의 속상한 한마디다.
이유가 어찌 됐든 체육회 이사로 짧게는 4년, 길게는 16년 동안 180만 원의 발전기금을 내면서 체육회 이사로 활동했던 A씨는 적어도 체육회가 이런 식으로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체육회 이사들을 내치면 안된다는 입장을 폈다.
이들은 안산시가 편성한 체육회 예산으로는 엘리트는 물론이고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체육지원을 할 수 없다는 설명에 기꺼이 참여한 지역의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순수하게 안산시 체육발전을 위해 참여한 이사진들이라면 서운은 할 것 같다.
발전기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새로운 한해 다짐을 하는 단배식에 문자 한번이라도 참석을 부탁했더라면, 나아가 이들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생각해 감사패라도 줬더라면 배제당한 이사진들이 이렇게 분노를 표출하진 않았을 듯 싶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군주들이나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참모들에게 포용의 리더십을 권하곤 했다. 최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포용적 리더십도 성현들이 권하는 포용의 리더십과 일맥상통한다.
사실상 '비주류'였던 박 감독이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선수들을 아들처럼 챙기며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만든 특유의 리더십이 대립양상으로만 치닫는 이 사회의 요구와 맞물리며 조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항서 열풍' 배경에는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그간 성적이 저조했던 ‘비주류’선수들을 성심으로 이끌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데 있다. 이런 ‘박항서 리더십’은 재계에도 적잖은 울림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동남아 축구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박항서 감독으로 인해서다. 우리는 박항서 감독으로 인해 동남아축구를 보지만 그가 추구하는 리더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박 감독은 냉철한 용장보다는 푸근한 덕장이며, 비주류 인력이라도 어느 위치에 필요한지를 고민했던 지장(智將)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언론에서 밝힌 베트남 한국 기업인은 “1%의 스타 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99%가 뒷받침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축구든 기업이든 마찬가지”라며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박항서 리더십의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 안산시체육회를 이끌어 가는 선장은 박 감독의 입장이 돼야 한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감정적인 요소는 되도록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능력 위주 인재 선발이나 과학적 경기 분석과 같은 히딩크의 이성적 리더십과는 조금 다른 박 감독의 포용 리더십은 모든 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끌림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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