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지역아동센터장의 분노

2019. 1. 16. 15:15안산신문

지역아동센터장의 분노


박현석<편집국장>


지역아동센터장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아이들에게 사용해야 할 복지서비스를 줄여 인건비 부족분으로 채우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부터다. 지역아동센터는 인건비와 아동 프로그램비, 관리운영비가 분리돼 있지 안고 하나로 묶여 있어 인건비를 늘리면 아이들 복지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단다.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서 최저급여법에 따라 종사자 임금수준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들어가야 할 예산이 줄게 된다. 이 배경에는 국회에서 정부안(물가상승률 2.8% 반영)을 짬짜미로 통과시켰기 때문인데 2018년도 증가된 11개 시설까지 감안하면 한 시설 당 2.5%만 인상되어 사실상 비정상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센터장들은 “아이들 코 묻은 돈을 빼앗아 쓰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정부는 아동 돌봄을 포기하고 대다수 지역사회 아동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절망케 하는 예산안이라는 칼을 마구 휘둘러 대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센터장은 이미 지역아동센터 운영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로 질병을 얻어 쓰러지기까지 했으며 얼굴엔 사회복지사로서의 빛나는 사명감은 온데 간데 없고 어이없는 정부와 초롱거리는 아이들의 눈망울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절망의 눈빛이 가득하다.
한 목사부부도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재를 출연한지는 벌써 오래되었고 기재부 예산으로는 턱없이 운영비가 부족해서 종사자들 급여에, 센터 운영비에 월세에 각종 공과금 기타 등등으로 둘이 일하면서 간신히 한사람 몫만의 월급만을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잘못 기획된 정부의 정책과 예산때문이라는 것의 센터장들의 목소리다. 사회복지사는 그저 봉사자가 아니다. 사명감도 가져야 하지만 그들도 가정이 있고 생계를 이어 나가야 하는 근로자인데 말이다.
센터장들은 그나마도 적은 아동예산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죄의식으로 자괴감에 빠져있다. 3년을 일하고 10년을 일해도 동일하게 겨우 최저임금을 받는 현실보다 더 뼈아프게 와 닿는 “아이들 프로그램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탄식이 찬 겨울의 가슴을 더 시리게 하고 만들고 있다.
왜 복지대상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자비를 들여 오갈데 없는 내새끼들을 지켜내야 하는 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옛날처럼 문고리 걸어 잠그고 일터에 나가야 하나? 옛날처럼 나무 기둥에 새끼줄 허리춤에 매어놓고 일해야 하나? 21세기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건지.
안산시에는 64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그들 안에는 2천 300여명의 아이들이 거의 매일와서 공부도 하고 문화체험활동도 함께 한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나름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의 전인적 발전과 권리보장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