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사설-척사대회와 윷놀이

2019. 2. 21. 16:18안산신문

척사대회와 윷놀이


정월 대보름을 맞아 지난주부터 척사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윷이라는 놀이도구를 사용해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즐겼다.
윷놀이에 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자료는 중국의 ‘북사(北史)’와 ‘태평어람(太平御覽)’인데 이 책에는 부여의 저포(樗蒲)·악삭(握槊) 등의 잡희(雜戱)가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백제, 고구려, 신라에도 윷놀이가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윷놀이의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려말 ‘목은집’에서 이색은 저포를 세시풍속이라 하고 현재의 윷판과 같은 것으로 윷말을 써 가며 저포놀이를 하는데, 변화가 무궁하고 강약을 가릴 수 없는 이변도 생겨서 턱이 떨어질 지경으로 우습다고 했다. 또 남녀노소가 어울려 윷놀이하는 광경을 그린 시(詩)도 있다.
윷놀이는 다른 놀이에 비해 승부의 재미가 특히 큰 것은 이 놀이가 가지는 우연성의 원리와 윷말을 쓰는 원리 때문이다. 또한 윷말을 쓰는 원리도 정해진 규칙을 따르면서 윷패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잡고 잡히면서 승부를 겨룬다.
여기에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따르므로 놀이꾼과 응원꾼은 흥분과 탄식을 교차되는 가운데 놀이에 몰입되어 무아지경에 이른다. 이처럼 윷놀이는 윷패의 우연성과 윷말쓰기의 합리성이 윷판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작용하여 다양한 변수 속에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독특한 재미가 있다. 이러한 재미는 승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마지막 윷말이 갈 때 그 절정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민속놀이 중에서 집단놀이는 주로 지역이나 마을에 의해서 전승된다. 마을 단위로 전승되는 집단놀이는 마을 주민이 참여하여 마을의 안녕과 풍농(豊農)을 기원함으로써 마을공동체가 통합하게 된다. 윷놀이는 지연공동체와 혈연공동체를 통합시킨다. 이처럼 윷놀이는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도화 시대에 젊은이들에게는 인터넷 게임이 더욱 익숙한 요즘 윷놀이의 묘미를 젊은이들이 안다면 윷의 전통성은 더욱 깊어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윷놀이는 알더라도 ‘척사대회’라는 말은 생소하다. 실제로 행사 안내문과 현수막 등에 적힌 ‘척사대회’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하고 종종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을 정도다. 30~40대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용어이다 보다 더욱 생소하게 들릴법 하다.
척사가 혹시 새해를 맞아 무슨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자 척사(斥邪)하는 놀이 쯤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한말 사악한 것을 물리치자는 위정척사(衛正斥邪)운동을 배운 사람은 ‘척사’의 의미를 생각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척사대회’의 ‘척사’는 윷놀이의 한자어다. 척사(擲柶)의 척(擲)은 던지는 것을, 사(柶)는 윷을 뜻한다. 그러니까 척사대회는 윷놀이대회다.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다.
부여 시대에 다섯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눠 준 뒤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으로 비롯됐다고 한다.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즐기는데, 특히 정월 대보름에 동네마다 윷놀이 대회를 여는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이 척사대회다.
그래서 최근에는 어려운 척사대회 보다 윷놀이대회로 불리는 것이 더 쉽게 이해된다며 변해가는 추세다.
윷놀이는 순수하게 우리나라 말이다. 이참에 척사대회 보다 윷놀이 한마당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