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사설-발탁인사

2019. 5. 1. 17:00안산신문

발탁인사


윤화섭 시장의 인사스타일로 많은 공무원이 한숨을 짓고 있다. 윤 시장은 취임초기 인사방식에 대해 여성공무원 우대와 장애인 공무원을 승진에 우선순위를 둔다며 발탁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발탁인사는 특히 정상적인 인사제도에 구애받지 않아 더욱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해 책임 주변에 두는 것을 ‘진현(進賢)’이라고 한다. ‘어질고 능력(賢) 있는 사람을 끌어 올린다(進)’는 뜻이다. 중국 고대사에 언급되는 진현은 진나라 목공이라는 사람이 소여물을 먹이던 백리해라는 사람을 ‘진현’해 진나라 세력을 천하에 떨친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역사에서 진현의 발탁인사 능력이 발휘돼 한 나라를 강하게 만든 역사적 사례는 많다.
그러나 발탁인사는 하루아침에 재상의 자리를 올릴 수 있고 먼 곳에 있던 사람을 가까운 곳에 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맹자(孟子)는 발탁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백성들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득이(不得已) 발탁인사 원칙이다.
“주변 측근들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관직에 있는 몇몇 고관들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직접 충분히 살펴본 후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타당성이 있을 때 비로소 등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백성들의 대표자로서 인재를 발탁하는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하루아침에 국정의 중심에서 국가의 큰일을 결정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정말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맹자’의 발탁 인사 원칙이다.
발탁 인사에는 주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위의 동의가 없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발탁인사는 결국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하고 인사의 실패를 가져오기도 한다.
내가 좋다고 해서 바로 발탁해 등용할 것이 아니라 동의를 얻고 난 후 부득이(不得已)하게 등용한다면 그것은 내가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것이란 논리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등용해 요직에 앉히라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는 인사는 불신을 얻게 되고 공평치 못한 밀실 인사는 의혹을 낳게 된다.
최근 안산시가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6급에서 5급 사무관을 앞둔 승진예정자가 공개됐다. 문제는 공직자 인사고가를 무시한 발탁인사로 승진한 예정자들이 눈에 보인다.
14년이 넘은 6급 직원은 탈락되고 6급직 6년 6개월만에 고속 승진한 예정자도 있었으며 소위 공무원사이에 나도는 인사서열 1위부터 3위의 6급직들도 모조리 쓴잔을 마셨다.
2~3후면 공직자 옷을 벗어야 하는 고참 6급들이 능력이 없어서 쓴잔을 마시진 않았을 것인데 발탁인사로 인해 상대적인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 동료들이 먼저 승진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바로 뒤도 아닌 한참 뒤에 임용된 후배들이 먼저 사무관 자리를 꿰찬다면 그 것만큼 선배 공무원 입장에서는 견디긴 힘들다.
요즘은 일부가 아니라 다수의 안산시청 공무원들은 낙이 없단다. 발탁인사로 인한 공직서열이 무너지고 특정무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인사방향에 공무원사기가 추락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윤 시장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나라의 지도자가 사람을 발탁할 때는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의견을 부득이 받아들여 진행해야 한다’ 맹자의 이 부득이(不得已) 발탁인사의 원칙은 인사는 몇몇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를 되씹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