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3. 12:27ㆍ안산신문
직장 내 괴롭힘
지난 해 7월 16일,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실제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은 심각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도 2019년 1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해고예고 적용제외사유 정비’ 등을 명시한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중 ‘해고예고 적용제외사유 정비’는 공포 즉시 시행됐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실시됐다.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 사업장들은 7월 16일 이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방안 마련 등을 위해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법안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만약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법안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안산시립합창단원 명의로 안산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직장 동료가 상급자에게 갑질과 해고협박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탄원서 내용이다.
탄원서를 접수한 안산시는 1차 조사위원회를 열고 노조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으나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 벌어진 일이라 적용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경중(輕重)을 떠나서 합창단원이 직접 탄원서를 제출한 경우는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탄원서에 대한 심의는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직장내 괴롭힘’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사위원들도 관련법 시행날자를 언급한 이유가 시행전후에 따라 범죄행위의 유무를 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안산시립예술단의 국악단과 합창단은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초청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이들 때문에 안산시 문화예술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안산시의 평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연봉책정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단원들에 대한 실력 테스트에 대한 배점 배열을 보면 지휘자가 책임지는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매년 단원들은 실력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일개 단원이 개정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노조가 생기면서 단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도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당연히 도태되는 것이 예체능계열의 현실이지만 공평한 기회를 주는 평가제도도 바뀌어야 된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근로자들 보다 힘없는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으로 활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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