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사설-운동선수들의 학폭과 그릇된 인성(人性)

2021. 2. 17. 17:40안산신문

운동선수들의 학폭과 그릇된 인성(人性)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쌍둥이 배구선수의 초.중학교 시절 학원폭력 파문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아직 나이가 30세도 안된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의 쌍둥이자매에게는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초.중학교 시절 이들의 실력은 부모의 월등한 유전자를 이어받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매의 어머니는 전 국가대표 여자배구 선수 출신이며 아버지는 선수 시절 '한국 해머던지기 1인자'로 불리었다.
부모들이 운동선수로 활동했다면 이들은 분명히 운동선수들이 갖춰야 할 겸손의 미덕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이들 두자매는 학생시절 후배들에게 막말을 일삼거나 체벌을 가할 정도였다니 두자매를 응원했던 많은 배구인들과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두자매의 어머니에게 배구협회가 준 ‘장한어버이상’까지 취소되면서 어머니의 전력까지 언론에 터져 나오고 있다. 두자매의 어머니는 훈련장에서 코치까지 하는 등 도를 넘는 간섭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실상 배구선수 선배로서의 두자매 어머니가 그랬다면 결국 또다른 인성이 부족한 엘리트선수인 두자매의 실질적인 원인제공자일 수 있는 것이다. 철없는 초.중학교 시절 그럴수 있다고 이해하겠지만 두자매의 어머니가 실력있는 선수로서의 인성을 소홀히 했다고 짐작이 간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접한 두자매의 아버지도 충격을 받고 있다. 익산시청 육상 감독인 두자매의 아버진 지금까진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 조차는 의심이 든다. 심지어 두자매의 부모들이 엘리트 선수로서 코스를 밟아선지는 몰라도 그들이 선수시절 뛰었던 90년대 운동선수의 환경은 더욱 심해으리라 짐작이 든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두자매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빌고 있지만 지금의 20~30대들은 용납하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했다고 그들을 용서하자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이제와서 사과 한마디로 모든 그릇된 행동이 용서되면 안된다는 것이 지금 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20~30대들의 사고방식이다.
하기사 지금까지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많은 억압과 감시 속에서 운동생활을 이어왔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운동부내에서의 잦은 폭력은 최근 자살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를 폭행한 조재범 코치가 실형을 받고 나서야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많은 운동종목에서 젊은 선수들은 예전에 그랬듯이 코치나 선배들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듣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닌 듯 하다.
스포츠인권센터를 설치한다는 등 뭐다하면서 온갖 유난을 떠는 체육계가 좀 잠잠해지면 늘상 그랬듯이 폭언과 폭행, 체벌이 운동선수들 사이에는 만연해 보여 안타깝다.
소위 잘나가는 선수이든 그렇지 않은 선수든 선수들간 동료의식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인성이 먼저 돼야 하며 운동선수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의 인성도 바르게 정립돼야 운동선수 학폭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