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3. 10:28ㆍ안산신문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면 안된다
박현석<편집국장>
대통령선거가 다음주 9일을 향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매일 들쑥날쑥 거리는 여론조사에 양당의 지지자들이 일희일비(一喜一悲)를 반복하고 있고 상대방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네가티브 선거운동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시리즈물 ‘소년심판’을 열심히 보고 있다. 그중 한주제가 우리나라의 과열 입시경쟁과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 빚어낸 공교육의 자화상을 실랄하게 꼬집었다.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하는데 데카르트라는 사적이고 비밀스런 특수시스템이 작동한다. 그 학교의 교무부장이 주도했고 공부 잘하고 집안 좋은 23명의 학생들이 연루됐다. 그런데 이 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의 아들이 데카르트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정황이 포착되고 사건화 되자 경찰서 앞에서 자수와 자살을 고민하다 결국 차에 부딪혀 자살을 택하고 만다.
잘나가는 부장판사는 정계진출을 앞두고 마지막 재판으로 마지막 법원에서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지만 아들로 인해 고민하다 모든 것을 덮어려고 한다. 하지만 평판사로 이번 재판을 수사한 주인공 판사는 부장판사를 향해 말한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다음이 모여서 부장판사의 아들이 된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은 옳지 않다. 수단이 타락하면 목적이 오염된다. 소년법 개정을 위해 소년을 밟고 가는게 옳습니까?”
지금 대선 선거판을 보면 상대방 흠집내기에 상식도 없고 기본 예의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늘 국민들은 선거판을 구정물판이라고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선거는 참 별일이 다 벌어졌었다. 선거에 대해 잘 몰랐던 50년대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막걸리도 공짜로 주고 국민들이 이것저것 말만하면 쩔쩔매면서 표를 구걸했었다.
좀 더 지나면 갑자기 관광버스가 선거판이면 대목일때도 있었다. 유권자를 단체로 꽃구경도 시켜주고 여행도 시켜주면서 표를 구걸했다. 요즘도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설쳐대는 선거브로커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보들의 주머니를 털기위해 여념이 없는 듯 하다.
그리고 선거에 이기면 모두가 자기들때문이라고 공치사 하기 바쁘다. 그들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 선거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리석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식들이 서울대급이 아닌 것에, 내 자신이 사회지도층이 아닌것에 안도했다. 그 무게와 크기에 숨이 막혀 평범한 것이 최고다 싶다. 사람은 누구나 약하고 약한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잘못하고 실수한다.
대선 막판을 지켜보면서 마치 상대방을 죽일 듯한 이 살벌한 선거판의 결과가 두렵기 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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