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안산청소년들, 여성혐오 표현수위 ‘심각’

2018. 11. 22. 10:09안산신문

안산청소년들, 여성혐오 표현수위 ‘심각’


함께크는여성울림 등이 실태조사한 분석 결과
학교와 지역 전문가와 협치교육 등 대책안 시급


안산의 청소년들 일상이 여성혐오로 넘쳐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수위도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안산시의 후원으로 ‘(사)함께크는여성 울림’과 ‘전교조 안산지회’가 함께한 청소년 여성혐오표현 실태조사 분석의 결과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안산시에 거주하는 중·고등학교 청소년 751명에게 경험한 적이 있는 혐오표현을 질문한 결과 전체응답자중 온라인 안에서는 3명중 2명, 교실 안에서는 4명중 1명 꼴로 여성혐오를 경험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1000건 이상의 혐오표현이 보고됐다.
주요 통계와 조사된 혐오표현의 주요특징을 보면 온라인에서 여성혐오표현은 전체응답자의 66.2%가 경험한 바 있으며 특히 여성의 경험과 고학년의 경험률이 높아 여성이 혐오표현에 더 민감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지능력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여성 76%, 고등학생 77.5%)
혐오표현을 접한 청소년의 대부분(전체 83.2%/ 여학생 95%)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경험이후의 행동에서는 대부분 무시(72.6%)하고 넘어간다고 대답해 대응력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내 여성혐오표현 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학생의 경우 3명중 1명이 친구나 교사로부터 여성혐오를 경험한다고 대답해 학교가 청소년에게 특히 여학생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 심층조사와 아울러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같은 실정인데도 의식개선과 함께 혐오와 차별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학교에서의 성평등교육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61%가 여성혐오나 성평등관련 수업을 받은 적이 없으며 수업을 받은 학생들 대부분도 성교육이나 성폭력예방수업을 의례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나 기본적인 성평등 의식강화보다 성기중심의 생물학적 수업에 많이 편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전체 여학생의 절반이상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욕을 먹거나 폭력 등의 범죄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 여학생들의 불안감이 상당함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여성의 자기검열을 심화시키고 저항력을 떨어뜨려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민주적 시민권형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청소년들이 경험한 여성혐오의 구체적 내용은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혐오표현 유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성역할 고정관념과 외모에 대한 평가였다.
주로 ‘여자는 ~~ 해야한다’로 표현되며 여성을 근본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폄하하면서 여성은 특정 업무나 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특정 여성들의 여성성이 떨어짐을 지적하며 욕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적인 외모가꾸기 노동에 대한 비난과 함께 외모를 가꾸지 않음에 대한 비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무언가를 해도, 안 해도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혐오표현들의 두 번째 큰 특징으로는 여성성기와 성행위를 빗댄 노골적인 성적비속어를 여성에 대한 폄하와 모욕으로 사용하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패드립(부모에 대한 패륜드립)으로 여성과 어머니에 대한 멸시에 집중돼 있다.
또 조사에서는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는 타락한 존재로서 멸시하며 살인이나 강간을 예고하는 식의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혐오표현의 마지막 특징으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린다는 점이다. 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잘 나타나는데,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 반발이 많았다. 페미니즘 이슈를 여성의 피해의식으로 치부하거나, 여성폭력사건을 여성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표현들이 대표적으로 여성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형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위의 내용에서 본 바와 같이 여성은 젠더, 섹슈얼리티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존재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내용이 지나치게 여성비하적인 데다가 욕설과 표현이 적나라하고 반인륜적이라는 점이다. 갈수록 더 높은 수위의 혐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여성혐오 경향성을 볼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