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사설-탈북민.위기가정, 복지예산 활용 방안 시급

2019. 11. 21. 08:55안산신문

탈북민.위기가정, 복지예산 활용 방안 시급 


지난 8월, 탈북민 40대 여성과 한국에서 낳은 6세 아들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들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는 고춧가루 외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통장은 지난 5월 마지막으로 3천858원을 인출한 뒤 잔고가 0원으로 돼 있었다. 한 달 9만원인 월세와 수도요금이 수개월째 밀려 몇 달 전 단수 조치가 된 집 안에는 마실 물조차 없었다. 목숨 걸고 탈북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 가슴이 먹먹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머물며 12주 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취직, 주민등록, 임대주택 알선, 정착지원금 등을 제공받지만 거주지에서 보호받는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보호기간 이후라도 요청을 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한씨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2014년 2월에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 세 모녀는 생활고로 고생하다 2014년 2월 방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한 사건이다. 지하 셋방에서 살던 세 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은 물론 수입도 없는 상태였으나,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어떤 사회보장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정부는 세모녀 자살사건 이후 단전, 단수, 가스공급 중단, 건강보험료 체납 등 27개 항목에서 이상 징후가 보이는 가구를 ‘위기의 가구’라며 집중 관리하겠다더니 여전히 진행중이기만 하다.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탈북민은 현재 여성이 2만3천800여명, 남성 9천200여명 등 3만3천명에 달한다. 탈북민들의 취업 교육을 지역사회 등과 연계하고 지원정책도 장기적으로 사회복지체계 안으로 흡수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정작 정책의 혜택을 봐야 할 이들이 자신이 대상자인 줄도 모른다면 그런 제도는 없느니만 못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스회사나 건강보험공단 등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비상연락망처럼 돌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내 31기 시.군 가운데 누구보다 복지예산이 많이 편성되고 있는 안산시가 내년 예산안을 2조2천62억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사회복지예산안은 올해보다 11.84%가 증가한 6천842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가 긴급복지지원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고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적극 나서는 차원에서 안산시도 사회복지예산이 갈수록 증가일로다.
특히 안산의 경우 탈북민들을 포함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세모녀와 같은 상황의 위기의 가정이 다른 도시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복지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구제할 수 없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건보료 체납, 단전, 단수 등 위기 정보 빅데이터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한 긴급복지지원제도처럼 당사자가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빅데이터 정보나 당사자 신청 방식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위기가정 감지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을 적극 찾아야 한다.
안산시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누구든지 살아가다보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일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때 도움이 제공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현실에 맞게 구축해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복원하는 공동체 회복이나 수시로 위기 가정을 돌 볼 수 있는 지역 위기가정 돌보미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무조건적 사회복지예산 지원보다 관련 규정 때문에 지원받지 못하는 정말 복지를 원하는 위기가정에 대한 예산의 효율적 지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