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신과 함께

2018. 1. 10. 17:54안산신문


신과 함께

박현석 <편집국장>

며칠 전 가족들과 함께 1천만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를 봤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권선징악 스토리에 대해선 뭐라고 평가를 하지 못하지만 신파성 눈물샘을 자극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모두가 눈물을 흘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기승전결에, 영화비평가라면 하나같이 스토리의 미흡한 창작성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하겠지만 적어도 영화 관람객, 나아가 우리나라의 영화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언제부터 우리나라 영화가 이처럼 컴퓨터 그래픽(CG)를 거의 완벽하게 구성할 수 있었는지 감탄을 자아낸다.
말하고 싶은 것은 CG가 아니지만 단순히 오락성을 집중적으로 가미한 헐리우드SF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뭔가 스토리가 있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우리나라 영화의 작품성은 세계 어느 나라의 영화보다 최고라고 본다.
‘신과 함께’는 원래 웹툰 만화로 2010년 우리들에게 선보였다. 한국 신화를 재해석한 주호민의 만화 신과 함께는 우리 전통과 신화를 배경으로 활용해 한국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면서도 자칫 어두울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근대화된 저승이라는 설정으로 각색했다.
사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주제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풀어낸 주호민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번에 영화로 나온 1편 ‘신과 함께-죄와벌’은 평생 손해만 보고 살아왔지만 젊은 나이에 과로사를 당하게 된 소시민 김자홍이 염라국 국선 변호사 진기한의 도움을 받아 49일 동안 살면서 행한 선과 악을 심판받게 되는 스토리다.
영화는 만화와 달리 주인공 김자홍이 소방관으로 나와 어머니와 동생 간의 설정으로 소시민들이 겪는 죄와 선행을 적절하게 분배해 결국 주인공의 선의의 거짓말이나 마음속으로 저지른 죄들이 모두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관(염라대왕)으로부터 무죄를 받는다는 인간적인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 같은 식상한 스토리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신파’성 눈물샘을 자극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말을 한다면, 영화 ‘신과 함께’는 신파보다는 새로운 과감한 도전이 입소문을 통해 기성인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에게 어필이 많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과 함께’를 본 영화관 4D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갑자기 엄습하는 서늘한 바람이 영화관을 휘젓고 다녔으며,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스크린 사이로 내려오는 눈송이가 마치 실제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속도감 있는 가상현실(VR)은 실제로 오르막, 내리막, 하늘을 나는 실감나는, 예전에는 체험하기 힘든 최신 시설로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자지간의 애틋한 감동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도 시대와 함께 기술력이 날로 발전해 간다. 할리우드 영화에 아직 견줄 만큼 수천억 원의 투자는 안 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영화 ‘신과 함께’는 오락성은 물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교훈이 들어 있었고 어른들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계기가 됐지 않나 싶다.
물론 영화는 영화 자체로 평가를 받겠지만 이 영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특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에게 단순히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교훈을 떠나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