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시민의 소리

2018. 2. 28. 18:16안산신문

시민의 소리

박현석 <편집국장>

얼마 전 11살 아들이 읽은 ‘영국 총리는 열두 살!’이라는 가벼운 책을 봤다. 물론 아들을 통해 대부분 이야기를 들었지만.
공원 관리지기인 엄마를 둔 조는 갑자기 엄마의 일터인 공원이 고층 빌딩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공원을 살리고 엄마의 일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조 앞에 퍼시벌 총리가 나타난다. 바로 조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평소에 수줍음 많던 조는 총리한테 ‘공원을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하지만 총리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자 총리를 향해 큰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참 나, 그 입 좀 다무시지.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멧돼지야!”라고 말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일제히 조를 쳐다보고 그제서야 말할 기회를 얻은 조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제 말을 좀 귀담아 들어 달라고요. 그래야 공원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5분이면 돼요. 총리님은 저한테 소리만 질렀잖아요. 그건 옳지 않아요. 정치인은 우리한테 뭘 하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정치인한테 뭘 하라고 요구하는 거라고요! 정치인들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가 정치인들의 월급을 준다고요. 그런데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공원을 없앨 수가 있나요?”
이 대사를 읽을 때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가 총리를 향해 할 말 다하는 동영상이 유투브에 방영되고 조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여세를 몰아 여론은 조를 총리 자리에 앉히자고 하고 현실이 되고 만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조가 가진 마음의 자세야말로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제종길 시장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봉안시설을 포함한 세월호 추모공원 화랑유원지내 조성결정을 하자 곧바로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결정을 철회하라는 안건이 올라왔다.
27일 현재 4천45명이 동참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안건도 26일, 28일에 걸쳐 3~4건이 올라와 있다.
청원발의자는 세월호 추모공원(봉안시설)건립 조성 반대 및 철회 요청한다는 단서를 달고 안산시민 품으로 가족공원인 화랑유원지를 돌려주라는 요구와 안산시민들에게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찾아달라는 내용이다.
청원발의자는 화랑유원지내에 있는 합동분향소 때문에 4년 동안 시민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모공원(봉안시설 포함) 조성은 시민들에게 추모강요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외곽에 조용히 모셨으면 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청원발의자는 시민이 진정 원한다면 지방선거에 맞춰 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공원(봉안시설 포함) 조성 여부를 두고 주민투표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세월호 반대로 인한 민·민 갈등은 당분간 잠잠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지난 26일, 아파트연합회와 화랑유원지 시민지킴이 등 관내 단체들은 시민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추모공원 화랑유원지 조성에 대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시민이나 국민들의 뜻을 따라주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근본으로 삼는다.
선거 무렵만 “시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습니다”고 하지 말고 평소에 한 결 같이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시민의 행복을 위해 발로 뛰고 몸소 실천하는 그런 정치인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