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성(性)과 관련된 언행도 ‘범죄’

2022. 12. 15. 10:40안산신문

성(性)과 관련된 언행도 ‘범죄’ 

박현석<편집국장>

최근 5급 사무관급 공무원이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다. 공로연수를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뜬금없이 직위해제를 받아서 그런지 공직자들 사이에서 말들이 무성하다.
외형적인 사유는 경찰에서 ‘폭언’ 등의 혐의로 수사통보를 받아서 안산시 입장에서는 ‘직위해제’를 불가피하게 통보했다고 하지만 숨겨진 사실은 또 다르다. 실제로 폭언 등으로는 5급 서기관 정도의 공직자가 규정상 직위해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공직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공직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음주, 성관련 범죄, 그리고 뇌물수수 등이다. 그럼에도 안산시의 이번 조치는 폭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본 5급 서기관의 궁극적인 ‘직위해제’ 사안은 폭언과 별개의 사안이 숨어 있는 듯 하다.
예전부터 우리 동양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전유물로 왜곡돼 한 인간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대부분 현모양처(賢母良妻)의 여성이 존경받는다. 문제는 우리나라 남성들이 생각하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데 있다.
일본 식민지배 시절, 수많은 여성이 위안부에 끌려간 사실을 두고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이같은 근거에 있다. 그들이 마음 놓고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 때문에 먼 나라에서 삶을 마감한 우리의 할머니들이 수없이 많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기 몸 하나 간수 못 했다는 이유가 식민시대에서 어떻게 가능했는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제때 감싸 안지 못했다.
보통 남자들은 술집 등에서 동료나 선.후배들의 여성비하성 발언을 쉽게 접한다. 그런 발언을 들을 때면 얼마큼 우리 남성들이 뼛속까지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지 않는지 알 수 있어 걱정스럽다.
의도적인 여성비하 발언은 예사며, 아예 대놓고 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평가를 마치 자랑처럼 쏟아 붓는다. 물론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에 따라 성적인 농담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여성들이 있을 경우에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특히 성범죄, 그중에서도 강제 추행과 간음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곤 한다고 한다.
‘짧은 치마를 입어서’ ‘먼저 유도했기 때문에’ 등 자신의 범죄를 조금이라도 합리화시키기 위해 여성에게 원인제공의 누명을 씌우곤 한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 구조와 물리적인 힘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게 때문에 여성은 성적으로 언제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는 남성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며,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성범죄 예방교육도 중요하지만, 남성이나 여성 스스로가 성과 관련된 언어폭력 등에 과감히 견제하고 제지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마련돼야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여성에 대한 왜곡된 편견이 변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