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땜질 안전대책 ‘이제 그만’

2018. 2. 1. 08:50안산신문



땜질 안전대책 ‘이제 그만’

박현석 <편집국장>

겨울철이라 그런지 최근 들어 곳곳에서 화재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더구나 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인명피해가 많다.
지난해말 제천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40명 부상)를 시작으로 올해 1월 20일 종로5가 여관 화재(6명 사망, 4명 부상),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39명 사망, 151명 부상)가 잇따라 발생했다.
겨울한파에 화재가 발생할 소지는 많지만 이처럼 인명피해가 잇따라 다수 발생한 경우가 최근에는 없는 것 같아 시민들도 많이 안타까워한다.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한다고 하지만 결국 법과 규정에 따라 지도 단속하는 기관장이나 책임자, 그리고 안전시설과 규정을 지키지 않은 건물주 등이 구속되고 엄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미 화재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유가족들의 슬픔은 어떻게 보상 해줄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죽음은 어떤 보상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그래서 대형 인명사고가 날 때마다 늘 그때뿐이라고 분노한다. 시민들은 보다 강력한 사후대책보다 예방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지도단속 담당자를 처벌하고 해당 업주를 구속시킨다고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책마련보다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강력한 예방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을 제대로 신설하거나 개정해야 하며 이를 일선에서 적용하는 관계 공무원들의 자질도 개선돼야 한다.
법을 신설하고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도 땜질식 법 개정은 더 이상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은 아직도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기억한다. 세 모녀는 가진 돈 전부인 70만원을 봉투에 담아 남기고 죽음을 택했다. “죄송합니다....”로 남긴 짧은 글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당시 사회적 반향과 함께 정치권은 세 모녀 같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삶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야단법석을 떨었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추정 소득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법은 있으나 마나였다.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고전이 바로 ‘논어’다. 공자가 ‘논어’를 통해 주장한 정의의 또 다른 얼굴은 ‘고른 분배’였다. 공자는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논어’ 계씨 편에는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은 백성이 적게 가진 것보다 재산의 분배가 고르지 않음을 걱정한다.”고 적혀있다.
공자는 고른 분배를 정의의 기본이라 보고, 불평등을 사회불안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먹을 것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사회 안정을 해치는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마땅한 자에게 마땅한 것을 주는 것’이라 규정했다. 상식적인 사회 정의로 생각해봐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고통 받는 이들은 당연히 ‘세 모녀 법’의 적용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들에게 자격이 없다면 진정한 법의 규정과 시행에 어떤 권위와 당위성이 부여될 수 없다.
정치권은 무슨 대형 사고나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는 안타까운 사건이라도 터지면 정쟁에 활용하기 위해 난리를 친다. 그때뿐이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