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행사에만 그치는 행사

2018. 11. 14. 16:07안산신문

행사에만 그치는 행사


박현석<편집국장>


짧은 가을이지만 곳곳에서 행사들이 넘쳐 난다. 문화와 예술, 체육을 비롯해 심지어 지역별 상인회들이 결성된 관내 주요 상가는 물론이고 특정 의류나 가구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축제가 열린다.
이들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의 시의원과 도의원들에게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지원금을 부탁한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특정지역에도 시·도의원들이나 안산시에 부탁을 하면 대부분 들어주는 분위기다. ‘지역 경제활성화’라는 명목만 있으면 시·도비 지원은 쉽게 받을 수 있다. 그 전에 때에 따라서 정치적인 역학관계까지 성립하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안산 전역에서는 축제를 통한 예산지원은 일반화 됐다. 결국 그 예산은 시민의 혈세로 마련된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수많은 행사에 특별한 것이 없다. 상대적으로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만족감이 부족하다.
특히 민간에서 주도하는 행사는 천편일률적이다. 유명가수 초청, 노래자랑, 야시장식 먹거리, 진부한 풍선터트리기 놀이 등은 행사마다 나오는 레파토리다. 시민들도 무슨 행사가 있으면 으레히 고정 레파토리에 익숙해져 있다. 예산의 대부분이 유명가수 초청비로 사용하거나 기획이벤트사의 수고비로 지출하는 것이 당연한 듯 일반화 돼 있다.
축제마다 닮은 꼴의 프로그램은 행사의 취지를 모를 정도로 무슨 행사인지 모를 정도다. 그냥 지역 상인들이, 지역주민들이 부탁만 하면 어쩔 수 없이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시·도의원들 입장이지만, 더 이상 무작정 예산을 지원하기에는 이제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고 이젠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지원받는 예산이 너무 의미없이 사용되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가수초청도, 노래자랑도 좋지만 이제 천편일률적인 행사의 룰을 탈피해 좀 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지향해야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사동 주민들이 함께 마련한 ‘마을이 예술이야’가 동네를 넘어 모범적인 축제의 모델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이 주축이 돼 2천만 원의 예산으로 알차고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사동은 ‘감골주민회’가 오랫동안 지역주민들과 소통의 역할을 다부지게 하고 있다. 이들은 다세대가 대부분인 열악한 동네 환경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취지대로 함께 의논하고, 함께 기획하고, 함께 행사를 나누는 근래 보기드문 마을모임이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프로그램 행사에 응모, 행사의 일부를 지원받아 사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이번 마을축제를 마련했다.
노래자랑도 없었고, 유명가수도 없었지만 많은 동네주민들이 참여해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는 주위의 평가다. 그 비용이면 주민들이 참여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법 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