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사설-구시대 발상 쥐약살포

2019. 3. 27. 10:33안산신문

구시대 발상 쥐약살포


상록수보건소가 쥐가 많이 출몰한다는 민원이 발생하면서 전염병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쥐를 박멸하기 위해 상록구내 공원과 배수지, 나대지 등에 쥐약(살서제) 1천포대를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살포했다.
이 때문에 상록구민들을 비롯해 동물보호단체, 캣맘들의 항의가 안산시에 빗발치고 있다. 특히 상록구에 분포돼 있는 많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은 상록수보건소의 구시대적 쥐약살포에 어이가 없어 한다.
특히 공원 등지나 나대지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봄이면 시간날 때 쑥이나 냉이 등을 간간히 캐는 모습을 보면 쥐약이 비 등으로 땅에 스며들게 되면 이를 모르고 섭취할 수 있어 제2의 피해를 입을 수 있지 않나 우려가 든다.
쥐약은 60-70년대 쥐로 인해 부족한 쌀이 유출되고 각종 전염병을 유발시키는 쥐를 박멸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행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쥐로 인한 피해가 다수 발생했고 고양이나 개를 집에서 키우는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쥐잡기날을 정해놓고 시행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그러므로 쥐약을 놓는 경우가 충분한 사전숙지를 통해 살포 규정을 지키며 신중하게 시행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공원이나 나대지, 배수지 등은 시민들의 왕래 뿐만 아니라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시민들에게 쉼터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살포는 오히려 반발만 낳을 수 있다.
상록수보건소는 공무직원 등이 현장에 쥐약을 살포하면서 제대로 살포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을 시인하면서 당장 민원을 해결하려는 성급함을 보이는 바람에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길고양이와 개를 노린 악의적 범죄로 의심한 시민과 경찰이 수일간 추적하는 헤프닝을 벌이면서 상록수보건소가 민원 해결과 전염병 방지 차원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살서제를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쥐약은 작은 포유류를 죽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됐으며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반려동물 산책 시 반드시 목줄을 하고 반려동물이 살서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혹시 이상 물질 섭취 시 증상이 없더라도 동물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살서제 섭취 후 초기 치료를 놓쳐 임상증상이 나타난 경우 그 살서제가 비항응고형이라면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형 살서제는 출혈, 호흡곤란이 발생해도 중환자 입원 및 집중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지만 많은 치료비용과 위험이 따르게 된다.
가정에서 살서제를 사용하거나 아파트단지, 공원, 공장 등에서 관리 목적으로 살서제가 배포되는 경우도 있다. 살서제를 사용해야 한다면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소독 지침에 따라 타 동물의 중독을 막기 위해 ▲음식물로 오인하지 않도록 청색이나 검은색으로 염색해야 하고 ▲음독사고를 막기 위해 직경 6cm의 구멍이 있는 미끼통을 사용해야 한다. ▲살서작업이 끝난 뒤에는 미끼먹이를 철저히 수거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용하고 남은 쥐약은 어린이나 반려동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상록수보건소의 성급한 이번 쥐약살포는 위와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수많은 상록구민들과 캣맘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뻔 했다.
옛 속담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상록수보건소가 의욕적인 민원해결을 위해 성급하게 결정한 이번 쥐약살포는 잘못된 결정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