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신문]데스크-분노

2021. 6. 2. 15:13안산신문

분노

 

박현석<편집국장>

 

사람들의 분노는 언제 가장 많이 표출될까를 생각해 봤다. 분노의 표현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원시적인 무력(武力)을 가하는 분노는 잘 못하면 범죄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 무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점잖게 분노를 표출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방이 ‘점잖은 분노’를 무력(無力)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때도 촛불집회라는 분노가 작용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국민의 분노는 가히 위대했다. 좀 더 과거로 가면 군부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젊은 학생들의 분노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진일보한 획기적인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됐다.
늘 우리나라는 총칼을 들지 않은 분노로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분노의 중심에는 옳고 그름의 가치관을 지닌 많은 학생들과 국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서 힘이 됐다.
분노는 동기 부여도 제공한다.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가 세계적 고급 자동차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탄생이다. 람보르기니 설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는 원래 트렉터 사업가였다.
트렉터 제조 노하우가 있었던 람보르기니는 클러치에 대한 지식도 해박한 편이었다. 그는 페라리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Encho Ferrari)에게도 페라리 클러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페라리는 람보르기니의 제안을 묵살했다. 페라리에게 고객은 필요악 같은 존재였다. 차를 팔기 위해선 고객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에게 고객은 차를 ‘성능’이 아니라 ‘위신’과 ‘명예’ 때문에 구입하는 속물일 뿐이었다.
이미 트렉터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람보르기니는 페라리의 무례한 태도에 몹시 분노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페라리 차량을 마음대로 개조해버렸다. 썩 훌륭하게 고쳐진 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람보르기니는 “고성능 그랜드 투어링 카를 만들어 페라리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페라리를 향한 람보르기니의 분노는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람보르기니 사업이 시작된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냐는 사실상 ‘페라리의 뒷마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페라리의 활동 무대였다. 람보르기니는 전직 페라리 디자이너들을 대거 자사 디자이너로 고용하는가 하면, 자사 로고를 소로 정했다. 페라리 로고(말)를 다분히 의식한 결정이었다. 그뿐 아니다. 4개월 만에 완성된 람보르기니의 첫 차는 13개 모두 페라리 매출을 뺏어오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팔았다. 이 같은 공격적 경영으로 람보르기니는 세계적 자동차 제조사로 우뚝 섰다. 페라리를 향한 람보르기니의 분노가 세계 최고 자동차 브랜드를 탄생시킨 셈이다.
요즘 안산도시공사 사장 임명에 대한 안산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분노가 느껴진다. 안산시민사회연대가 공개적으로 윤 시장에게 21일, 공개질의 했지만 여전히 답변을 해주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도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익적 고발도 할 것이라고 밝혔고 전 시의회 의장 출신인 이민근 ‘안산의힘’ 대표도 1인 피켓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사람이 가장 분노를 느끼는 경우는 정의롭지 않고 불공정하며, 상식적이지 못할 때다. 지금 안산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두고 분노를 느끼는 시민단체의 입장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